지난 2월 14일 발렌타인 데이이자 정월대보름날. 우리 사랑하는 개, 코코를 갑작스럽게 떠나보냈습니다.
아메리카 코카스파니엘. 우리나라 나이 계산식으로 햇수로 하면 12살, 실제 산 년수는 11년. 만11살이었습니다.
요새 개들은 15세까지도 많이들 살고, 오래살면 18~19세...거의 20년 가까이 사는 개도 있다고 해서 올해 이별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저는 애초에 노견의 자연사는 서서히 못 걷게 되고 눈이 흐려지고 하는 등의 천천히 육체가 쇠퇴하다가 죽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울 코코처럼 노견의 자연사도 꼭 그렇지만은 않네요. 평상시와 전혀 다른 없다가 반나절만에 임종을 맞이하였습니다. 정정하다가도 어느날 갑자기 죽음은 옵니다.ㅠㅠ
사람도 그렇죠. 쇠약해지고 아프면서 서서히 돌아가시는 분들도 있고, 정정한 편이였는데 갑자기 돌아가시기도 합니다.
마냥 지금 컨디션이 좋고 이른 노령의 나이라해도 노령에 들어서면 미리 준비해두세요.
평소와 같고 건강하더라도 어느 날 갑자기 이별이 올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해두세요.
현재 삶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제일 신경써야하지만, 개의 죽음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준비는 미리 해두세요.
임종에 대한 증상의 대략적인 인지와 대처 방법에 대해 미리 알아두세요.
물론 전문가의 판단이 제일 정확하겠지만, 대강을 알아두는 것도 좋은 거 같습니다.
갑작스러운 경우는 의사의 도움을 받을 수 없으니까요.
제가 어땠나면. 좀 뭔가 이상한 감을 받았는데도 죽을 거란 생각은 상상도 못했기에, 상황이 제대로 안 보였습니다.
지금 와서 되돌아보니 저녁무렵부터의 코코의 증상들이 죽음에 임박한 증상들이였어요.
아픈 상태랑은 미묘하게 달라요. 몸이 죽음을 준비하는 거라는 걸 몰랐어요.
의사들이나 죽음을 많이 접한 사람들은 증상을 보면 가망이 없다거나 임종이 가까워지는 걸 직감으로도 거의 알 수 있다 합니다.
사람의 경우에는 죽음에 임박했을때의 보살핌 요령까지 있더군요. 호스피스 관려글을 읽어보세요.
사람의 경우는 자세하게 쓴 글이 많아요. 임종 1개월전, 2주전, 1주일, 당일, 직전..까지 증상을 세분화한 것도 있더군요. 읽어보면 좋을 거 같습니다.(사람의 경우도 동물에 참고가 가능할 거 같아요.)
그리고 동물의 죽음에 임박했을때의 글은 잘 못찾았지만, [출처:개고양이 자연주의 육아백과 -반려동물의 죽음에 대처하는 자세편] 보면 간략하게 나와있어요. 거기 글에 첨언(괄호-사람관련글에서 덧붙인 내용과 우리 개의 사례를 주관적으로 첨언한 것 주의)해 보자면요.
-죽어가는 동물에게 음식을 주지말고(죽음의 과정에는 영양이 필요없으므로.)
-물이나 야채주스만 주는 것이 좋다.
(우리 개도 죽기전에 물을 엄청 마셨어요. 아마 심한 갈증이 있었나봅니다..어떤 경우는 물을 주는 거나 수액급같은 건 신중하게 해야 된다고 하네요. 동물이 원하지 않는데 공급할 필요는 없어요. 때로는 탈수현상이 죽음을 대비해 고통을 경감시켜주게 한다고 합니다.)
-따뜻하고 편안한 장소에서 쉴 수있게 해주는 것이 좋다. 대소변을 보는 것을 요청할 수 있다.
(익숙하고 안정할 수 있는 장소가 좋다. 가망이 없다면 병원에서 데려와 익숙한 자기 공간에서 가족 곁에서 차분히 임종을 맞이하게 한다. 임종 전에는 체온이 내려가는데 임종직전에는 추위를 느끼지 못하지만 담요를 덮어준다. 어두운 것보다는 조명을 은은하게 밝혀준다. 임종과정에서 대소변을 볼 수 있으며, 실금이나 실변을 하면 청결하게 닦아준다.)
-죽어가는 동물은 사랑하는 사람의 부드럽고 차분한 태도를 좋아한다.(이건 사람도 마찬가지. 정상상태인 것처럼 평소처럼 말거는 게 좋다고 합니다. 담담하게 마지막 인사를 해주세요. 지나치게 난리치거나 걱정하는 것은 심리상태를 불안하게 합니다. 그리고 청각은 제일 나중까지 살아있는 감각이므로...의식이 없어보여도 듣고 있다고 생각하고 가려서 말해야합니다. 끝까지 평안하게 죽음을 맞이하게 해주세요.)
-죽음에 임박한 동물은 체온이 평소보다 떨어지며 호흡은 정상보다 빨라진다. 경련성호흡을 하거나 헐떡거리기도 한다.
-동공은 확대되고 몸은 길게 뻗으며 오줌을 싸기도 한다. (해당했음)
이렇게 글을 읽어보니...우리 개가 해당하는 게 정말 많더군요. 임종에 가까워진 걸 모른 게 바보같을 정도였어요.
물론 하나하나의 사항들은 아플때의 이상 증상이기도 한데요.
하지만 무언가 달라요.
같은 증상이라도 '아픈 것'과 '신체가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분명 다를 수 밖에 없어요.
뭔가 직감적으로 이상함이 느껴 집니다. 죽음을 말하는 '평소와 다른 힌트'를 놓치지 마세요.
저처럼 바보같아서 놓치지 마세요.
예를들어 몸을 길게 뻗는 것. 아파거나 기운없어서도 그럴 수 있어요.
하지만 그 날 우리 개가 축쳐진 것은 생명력이 떨어져서 몸자체의 작동을 이제는 멈춘 거였습니다. 아파서 몸 움직이는 거면 힘들어하는 기색이 느껴집니다. 고통은 몸이 살기 위해 싸우는 거죠.
하지만 그 날 우리 개는 못 움직이는데도 힘들어하거나 고통스러운 기색이 전혀없었어요. 전 이게 머리로도 조금 이해가 안 가서 위화감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모르니까 임종 상태란 걸 캐치못하고 넘겼지요.
추측이지만, 아마 우리 개는 마지막인 걸 알고 있었던 거 같아요. 육체가 이젠 움직임을 멈추어가면서 마지막까지 의식은 놓지 않았습니다. 세상에 더 있고 싶은 본능이였을 수도 있고 가족들과 더 같이 있고 싶었을 수도 있겠지요.
신체 모든 것이 정지된 상태에서 눈동자만 움직였어요..
그 날 새벽의 내 강아지와의 마지막 눈마주침을 잊지 못해요. 눈동자만 움직여서 나를 쫓았어요. 저랑 눈이 맞추면서.
임종이 가까워짐이 명확한 데도 몰라서 놓쳤어요. 저는 좀 더 따뜻한 장소에서 담요로 감싸주지도 못했고, 가족들을 깨워서 마지막 인사와 다정한 말을 하며 곁에 있어주지도 못했습니다. 후회가 가슴에 가시처럼 콕 박혀있어요.
글이 긴 건 제가 요약을 안 해서, 정리를 안 해서...우리 개이야기하면서 그 마음을 짧게 쓸 수 없어서 입니다.
다른 분들은 이런 후회가 없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슬프지만 늙어서 생명이 다하여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하늘의 이치입니다.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반려동물의 죽음과 펫로스에 대한 것도 언젠가 써보고 싶네요. 우선 저부터 관련 글을 보면서 덜 슬퍼하도록 마음을 다스리겠습니다...(혹시 관련 책들이 있다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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